제14회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최종합격함.
사실 굳이 올해 취득을 하려고 결심하지도 않았고..되려나?? 하는 의심 속에서 진행을 했는데 운이 참 좋았다고 해야할까나..??
피드백 겸 혹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생각나는 내용들을 정리해둠.
(취득과정 및 공지, 구체적인 내용은 국립국어원 혹은 한국산업인력공단 누리집 참조)
일본에 온 지 벌써 10년째가 되었다. 대학원생 시절부터 한국어교실 강사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지식이나 자격도 없이 한국어를 외국어로 외국인에게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던지..지금이야 어느정도 익숙해지기도 했고 일본어도 문제없이 구사하므로 크게 어렵지 않지만 처음에는 매우 어려웠다.
당시에는 한류붐이 엄청났었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애정을 가지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들여서 나한테 오는데 내가 대충 가르치면 인간적으로도 실례가 되고, 넓게 보자면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과, 그럴때마다 한국어 교사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공부도 되고 공신력도 생기고~하는 생각에 언젠가 시간과 기회가 되면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올해(2019년), 취업도 되었고 어느정도 생활도 안정이 되어서 불현듯 정보를 찾아보니 4월부터 양성과정이 시작되는데 시험이 1년에 1번이니 이번에 수강을 안 하면 올해는 시험을 못본다는 공지사항을 보고 조금은 충동적으로(?) 양성과정을 신청하게 되었다.
많은 업체나 교육기관에서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난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양성과정을 신청했다. 음...그냥 막연하게 서울대학교 네임벨류에 끌렸달까?? ㅋ
과정은 약 3개월에 가격은 70만원 정도로 기억한다. 수강완료 후 1년간 복습도 된다길래 혹시 떨어져도 내년에 또 볼 수 있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와이프에게 허락을 받고 카드결제 완료.
양성과정은 크게 이론수업과 실습수업으로 나뉘어졌고, 이론수업은 100시간 (80%이상 출석필요)에 실습수업은 20시간(100% 출석필요), 총 120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실습과제(교안작성 및 수업참관 보고서 제출, 60점 이상) 및 종합시험(이론수업내용테스트, 70점 이상) 을 통과해야 이수증을 받을 수 있다.
- 이론수업
이론수업은 4가지 영역의 30과목을 이수해야만 한다. (아래 표 참조)
보통 대학교에서 한국어전공으로 4년간 공부하는 내용을 중요한 부분만 추리고 압축해서 120시간 과정으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120시간이면 비빌만한데?? 라고 생각을 했으나 꽤나 양도 많고 생소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며 어학이나 교육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도 상당히 많이 나온다. 일본에서 나름 강사로 활동한 경력과 대학때 심리학 부전공을 하면서 학습심리학이나 검사도구 작성 및 평가법을 공부했던 경험이 있어서 3영역은 쉽게 클리어 할 수 있었다. 2영역인 경우에도 어느정도 공부하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므로 크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1영역과 4영역이었다.
1영역은 정말 한글과 한국어에 관한 지식이 없으면 외계어로 들린다. 가장 어려운 건 역시나 문법론과 한국어사 였다. 문법론은 외울 것이 워낙 많고 한국어사는 고대국어의 표기법 같은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 나온다.
4영역은 개인적으로 취약했던 영역이었다. 문화생활을 거의 안 하므로 드라마나 영화, 혹은 소설작품 등이 나오면 정말 멍...때리게 되고, 출제영역이랄까 범위가 너무 넓어서 책이나 수업에 나오는 내용을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특히 지역 축제 이름이라던가 고려시대 건축 혹은 의복양식 설명, 조선시대 서원과 지역명을 맞추라는 문제는 걍 엿먹으라고 내는 문제인가..싶은 생각만 들더라.
회사도 다니고 알바도 하고 술도 마셔야 하는지라 공부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개념만 파악하는 형식으로 동영상을 보고 프린트를 확인하는 정도로만 공부했는데 어찌 종합시험은 합격을 했다.

- 실습수업
실습수업은 강의참관과 모의수업으로 이루어진다. 강의참관은 다른 학습자들이 진행하는 강의를 듣고 느낀 점이나 배운 점 등을 레포트로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크게 어렵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하는지,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관찰하면 쉽게 참관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문제는 모의수업인데, 본인에게 부여된 문법 및 조건 (학습자의 수준 및 시간 등) 에 기반해서 강의교안을 작성한 후, 실제 수업을 진행하고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의 경우에는 동영상을 촬영해서 업로드를 하고, 관리자 쪽에서 편집을 해 준 다른 학습자들의 모의강의를 100% 봐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이 강의교안인데,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서도 12점짜리 주관식 문제로 출제가 되니까 필수적으로 작성하고 여러가지 다른 문법도 작성해보기를 추천한다. (이래놓고 본인은 거의 공부 안 하고 날로 먹음...ㅡㅡㅋ)
- 잡담
본인이 의지만 있으면 정말 공부하기 좋은 세상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교수들의 강의를 외국에서 들으며 전공과 아무런 관계없는 자격증도 대비를 할 수 있다니 참 세상 좋아졌네~라는 생각이..ㅎㅎ
그리고 본인의 경우, 행정상의 착오로 인해서 실습수업이 0점으로 뜨는 일이 있어서 식겁한 경험도 했다. 물론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확인 후 수정되기는 했지만 온라인수업의 특성상 정보가 누락되거나 입력미스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필시 확인하고 근거가 되는 자료는 제대로 보관해두는 것이 좋음. (예를 들어서 평가표 혹은 화면캡쳐 등)
필기시험은 8월30일, 한양공고에서 치뤘다. 아무래도 외국에 살다보니까..교통비도 많이 들고..한번에 붙어야지!! 하면서 의욕은 불태웠으나 일도 바쁘고 (핑계핑계) 이래저래 하는 일이 많아서 성실하게 공부하지는 못했다. 양성과정 자료 및 책을 2번 정도 읽고 헷갈리는 개념이나 문제는 별도로 노트를 만들어 작성하고 나머지는 기출문제를 5년분 정도 풀었다. 필기시험은 아래와 같이 2교시(오전/오후) 로 치루어지며, 300점 만점에 18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다. 2교시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론에는 교안작성을 해야하는 주관식문항이 1개(12점짜리) 있다. 각 영역별 과락이 40% 이하이므로 대체적으로 골고루 점수를 받아야 유리하며, 한국어학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론은 배점이 높으므로 고득점을 받아야만 유리하다. 내 경우에는 모의고사에서 처참한 점수를 받았던 2교시의 한국문화가 과락을 당할까 걱정이었고 반대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론이 가장 점수가 높았기에, 그에 맞게 전략을 세웠으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체점결과, 한국문화는 16.5점으로 간당간당..했으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론에서 110점을 넘게 받아서 커버했고,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190점대 점수로 턱걸이 합격을 하게 되었다. 뭐~학습기간도 짧고 회사와 부업을 하는 와중에도 합격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해야지..싶었다.
교안작성은 12점 만점에 11점을 받았는데, 양성과정에서 나왔던 문제가 비슷하게 출제되어서 크게 어려움 없이 작성은 했으나 시간이 조금 부족해서 최종확인을 하지 못하고 급하게 답안지를 제출한 것이 좀 아쉬웠다. 글씨도 개판이었고..ㅎㅎ
필기시험 영역별 문항 수 및 배점
교시 | 영역 | 문항 수 | 배점 |
1교시 |
| 60개
20개 | 90점
30점 |
2교시 |
| 94개[1]
20개 | 150점
30점 |
계 | | 194개 | 300점 |
면접시험은 11월 9일,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동부지부에서 봤다. 시간대별로 인원이 정해져있고, 수험실 및 수험순번은 무작위로 정해진다. 나 같은 경우는 14시대 시험이었는데 하필 맨 마지막 번호를 뽑..아니, 맨 마지막까지 남아서 남은 번호를 받았는데 그게 맨 마지막 번호였다. ㅎㅎ 빨리 끝내고 빨리 집에 가고팠는데.
대기실에서 설명을 들은 후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제출하고 대기하다가, 번호표시기에 본인의 번호가 들어오면 지정된 면접실에 가서 면접을 보면 된다. 수험생 한 사람당 면접시간은 7-10분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5분만에 끝났던 것 같다. 마지막이라서 그런가?? ㅋ
면접장에 들어가면 면접관이 3명 앉아있는데, 인사 깎듯이 하고 본인의 번호를 말한 후 의자에 앉으면 된다. 그러면 면접관들이 돌아가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보통 인/적성을 보는 질문, 한국어지식에 관한 질문, 문제해결 및 상황대처능력을 보는 질문으로 크게 나뉘는 듯 하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교재나 사이트 참조하시길.)
내가 받은 질문은 3가지 였는데 질문내용과 대답은 대략 다음과 같다. 면접이 끝나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다른 수험자와 이야기를 하거나 시험장 관계자 혹은 면접관에게 시험에 관련된 대화를 하다가 적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함.)
- Q : (한국어강사가 되어서 해외파견을 가게 되었다고 가정) 선생님이 희망하던 근무지가 아닌 다른 근무지로 가게 되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A : 다른 근무지가 되더라도 열심히 하면서 그 지역에 익숙해지고 사람들과도 잘 교류하겠다, 개인적으로 근무지에 대한 희망이라던가 선호도가 크게 없으니 어디를 가도 잘 해낼 수 있다.
Q : (다른 면접관이 약간 불만족스러운 표정과 어투로 압박) 문제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신듯 한데, 예를 들어 선생님이 중국에 파견을 희망해서 내정이 된 상태로 중국어공부나 환경조사, 학습자료 준비 등 여러가지 다 했는데 선생님에게 상의나 의논도 없이 갑자기 근무지 이동 3일전에 러시아로 근무지가 변경된 상황이다. 그러면??
A :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크게 없어서 방금 말씀하신 상황이 벌어져도 크게 불만을 가지거나 반발하지는 않을 듯 싶지만, 차분하게 담당자에게 결정 혹은 통보 전에 상의나 의논을 해 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본인이 그 결정을 취소하거나 변경을 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 또한, 차기 근무지로 본인이 희망한 곳을 갈 수도 있으니 중국근무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 러시아 근무지에서도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최선을 다하겠다.
- Q : (한국어교육실무에 관련된 질문, 이라는 전제를 깔고) "주다" 와 "드리다" 의 차이점을 설멍하고 이를 어떻게 외국인에게 교육을 할 것인가??
A : "주다" 와 "드리다" 는 물건이나 행동, 혹은 어떠한 개념을 주고 받을때 사용하며, 개념적으로는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경우에 사용을 한다. 보통은 명사를 앞에 붙여서 "선물을 주다" 혹은 "서류를 드리다" 라는 형식으로 사용하며, 동사의 경우에는 ㅏ/ㅓ 형태로 변형해서 "해주다" 혹은 "건네드리다" 같은 형식으로 사용한다.
"주다" 와 "드리다" 의 차이는 겸양표현인가 아닌가인데 "주다" 는 객체가 높임의 대상이 아닌 경우, 예를 들어 친구나 손아랫사람에게 사용하고, "드리다" 는 객체가 높임의 대상인 손윗사람 혹은 상사, 스승인 경우에 사용함.
외국인 교육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중국이나 미국, 유럽계 학생들의 경우에 언어에 경어표현이 없거나 사회적으로 한국처럼 수직적인 문화가 아닌 국가에서 온 경우 존경어나 겸양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한국의 사회문화를 먼저 설명한 후에, "친구에게 선물을 주다" 와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다" 같이 같은 상황임에도 대상에 따라서 표현이 달라진다는 점을 예문을 통해 습득하고 연습하게끔 지도하겠다.
- Q:(교육법 혹은 교육과정에 관련된 질문)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교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 교재가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대처하시겠나??
A : 경험에 기반해서 답변을 드리겠음. 제가 일본에서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할 때, 일본에서 출판되는 교재를 사용한 적이 있음. 일본은 교재를 굉장히 세밀하게 만드는 느낌을 받는데, 한 과정의 교재를 여러권으로 분권해서 만들거나, 교재내용이 많아서 문자가 빽빽한 교재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이런 교재의 경우에는 학습자의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한국어에 대한 장벽을 느끼거나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처한 방법은, 우선 부가적인 자료를 직접 만들어서 추가교재 혹은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삽화를 많이 넣는다거나, 파워포인트 혹은 동영상 등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요즘에는 인터넷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좋은 자료들이 많이 있는데, 세종학당의 누리집(홈페이지의 한글말) 에 있는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서 활용한 적도 있다.
쓰다보니 또 길어졌는데 시험 자체가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양성과정은 필수로 이수해야 하며, 전체적으로는 필기시험 2회, 실습시험 1회, 최종면접1회 까지 봐야 하므로 쉽고 간단하게 취득이 가능한 자격증은 아니었다. 자격시험장에 가보면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 그리고 여성들이 많았는데 제2의 인생이나 부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인기가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도 일본에서 계속 생활하다가 나중에 은퇴 혹은 퇴직 등 일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도 있고,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자 취득한 면도 있기에 목표가 있다면 취득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정말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고 외국인에게 한국과 한국어를 알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지만, 일부 자격증 광고를 보고 이거 따면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며? 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비행기 왕복 2회에 부대비용, 게다가 모국에 돌아간 기념으로 음주가무(;;;) 같은 많은 장애물과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응??) 최종합격을 했으니 다행이랄까. 와이프한테 돈 낭비했다고 까이지 않을테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남은 건 국어국립원에 자격신청해서 자격증이 오면 자랑질하는 거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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